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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거?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 난 강만후 당신하고 당신 가족들이 처절하게 몰락하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은 거야. 이제 알겠어? 지난 25년동안 참고 또 참으면서 난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어. 당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곱씹으면서 내가 악마들 소굴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건 당신들의 죄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어.

 

소국자 여사님! 당신은 치매 걸린 우리 엄마 괄시하고 모욕한 것도 모자라서 당신 생일날 우리 엄마 빈집에서 불타 죽게 만들었죠. 정신도 온전치 못한 우리 엄마 거기 혼자 뻔히 잠들어있는 거 알면서 왜 나한테 그 방문 잠그라고 한 거예요? 왜 나한테 평생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짓을 시킨 거냐고요. 왜! 내가 우리 엄마 죽였다는 그 죄책감 때문에 난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잘 수 없었어. 내가 그때 그 방문만 잠그지 않았어도, 당신이 그런 장난만 치지 않았어도, 가여운 우리 엄마 그렇게 죽지 않았다고요!

 

아니, 당신 생일날 친구들하고 편하게 놀고 싶어서 우리 엄마 일부러 거기 가둔 거잖아. 근데 그게 사고야? 그게 사고였다면 왜 우리 엄마 장례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왜 우리 엄마 영정 앞에 와서 사죄하지 않았어요? 왜 우리 엄마 제사 한번 치르지 않았냐고요. 당신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최소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는 없었겠죠.

 

날 이렇게 만든 건 강만후 당신이야! 은혜를 원수로 갚은 너 때문에, 난 모든 걸 다 잃었으니까. 내 꿈이 뭐였는 줄 알아? 난 남들처럼 우리 엄마,아빠하고 같이 평범하고 소탈하게 사는 거였어. 저녁이면 따뜻한 찌개 끓여서 밥 먹고 집 짓는 얘기 나누면서 우리 세 식구 얼굴 맞대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왜 당신이 우리 가족을 빼앗아간 거야? 왜 내 집을 다 부숴버린 거냐고! 왜 오갈 데 없는 당신 모자 거둔 우리 부모한테 왜 그렇게 고통을 준 건데? 넌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왜. 창피한 건 아나 보지? 당신이 그렇게도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식 강찬빈, 강달래, 강찔래 저 애들도 자기 아버지가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 않겠어? 니들 내말 똑똑히 들어. 너희들의 잘난 저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가 평생 공들인 소나무하고 회사를 뺏고, 날 속여서 결혼까지 했어. 그것도 모자라 천비궁 설계도 뺏겠다고 우리 아버지를 낭떠러지로 떠밀었고, 20년이 넘게 요양병원에 감춘 채 가족들도 못 만나게 한 인간이야. 그 덕에 우리 아버지 눈 멀었고, 췌장암 말기에 병원 치료도 못 받은 채 그렇게 방치되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 그 뿐인 줄 알아? 금빛 보육원 붕괴사고에 범인도 바로 너희들의 아버지야 수십명의 죄 없는 애들이 돌에 파묻혀 죽었다고! 공소시효가 지나서 법의 심판은 피할지 모르지만 도덕적인 죗값은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야. 아직도 그날 일을 잊지않고 있는 유가족들이 강만후 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 입 다물지 못해? 네가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어? 살인을 묵인하고 방조한 죄는 가벼울 것 같아서 그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 강만후가 우리 아버지 죽였다는 얘기 듣고 알리바이 만들어주기 위해서 같이 밀월여행을 떠났었잖아. 거기서 찬반이를 가진 거고. 참! 찬빈이를 낳고 뻔뻔하게도 나한테 상관 말라면서 몸조리를 받았었던가? 내가 너 같은 첩이 왜 우리 집에 드나는 것 그냥 참고 살아줬는 줄 알아? 그래도 너 같은 멍청이가 내 옆에 있으면 언젠가는 강만후의 죄를 증명해줄 거라 생각했으니까.

 

아니, 아직 시작도 못했어. 평생같이 밥상에서 밥 먹고 내 손으로 네 속옷까지 빨아가면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그게 얼마나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인지 네가 알기나 해? 애 낳고 지 몸살 심하다고 가슴 마사지까지 시킨 게 바로 최마리 너였으니까.

 

닥쳐! 어렸을 적부터 잔망스러운 것들이 어디서 입을 함부로 나불거려. 그 나이 먹도록 자기 몸뚱이 하나밖에 모르고 내 손 거치지 않으면 밥 한 끼 차려 먹지 못하는 아둔하고 한심한 것들. 니들 창피하지도 않아? 치매 걸린 어른한테 미친 사모님이라고 입 함부로 나불거렸던 거 내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없던 말까지 지어내고, 가여운 우리 엄마 도둑으로 몰고, 욕보이고! 너희들 아무리 어렸다고 하더라도 너희들의 인격은 정말 바닥이었어. 그래놓고 너희들이 누구한테 사랑받기를 원해? 너희들이 이렇게 밖에 자라지 못한 건 바보 최마리의 업보겠지.

 

찬빈이하고 사월이 너희들한텐 미안하다. 너희들 가장 행복해야 될 이 순간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날 용서해라. 내가 찬빈이 널 미워하지 못한게 지금 가장 후회되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할 수 없는 거겠지.

 

아니, 우리 부모님의 죽음을 조롱하는 인간들을 용서하면 그분들의 한은 누가 갚아줄 건데? 난 칼날을 삼키는 심정으로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어. 이제야 보금 그룹을 훔친 도둑고양이를 몰아낼 때가 된 것 같다.

 

강만후 당신이 억울하단 생각 같은 건 버리는게 좋을 거야. 난 자그마치 25년을 견뎌왔으니까. 오늘부터 시작이야. 내가 당신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똑똑히 지켜봐.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것들, 하나씩 잃게 될 거니까.

 

-내딸금사월 43회 中-

한 번에 저 대사를 모두 내뱉은 건 아니지만 15분 동안 전인화가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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